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각종 논란을 언급하며 “참담하다”고 정면 비판했다. 그간 신중한 언사를 구사해온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사당화 논란, 팬덤 정치를 직접 겨냥했다. 내년 총선을 앞두고 ‘비명(비이재명)계 공천 학살’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행동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. 특히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시사해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.
이 전 대표는 “정치 양극화의 해악을 줄이려면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”며 “그러나 현실에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”며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. 친명(친이재명) 지도부가 내년 전당대회 때 대의원의 영향력을 줄이기로 한 데 대해서도 “사당화 논란이 있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”고 했다. 대의원제 축소가 이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는 사당화 수단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.
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“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도덕성 훼손과 당내 민주주의 문제를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”며 “금태섭 전 의원,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 제3지대와의 연대 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”고 전했다. 실제 양 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.
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친명 지도부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자신과 가까운 비명·친낙(친이낙연)계 의원을 대거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. 이 전 대표는 “진정한 공천 시스템이 훼손되면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”며 “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”고 경고했다. 이 전 대표는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에게 “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”며 친낙계 공천 학살이 현실화할 경우 이 대표 체제로 치러지는 내년 총선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.
지난해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6월 귀국한 이 전 대표가 당내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도 격화될 전망이다. 친낙계 한 의원은 “민주당의 지금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답답한 마음과 절박함이 표출된 것”이라며 “앞으로 당 내부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더 낼 수 있다”고 했다.
한재영 기자 jyhan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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